[브라이언송 인사이트] 보청기 정부지원금 논란, 대체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부제|한국일보 보도와 국정감사로 불거진 제도 재검토, 가격고시제 시행 6년을 돌아보다

보청기 정부지원금 논란, 대체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부제|한국일보 보도와 국정감사로 불거진 제도 재검토, 가격고시제 시행 6년을 돌아보다
글·분석|웨이브히어링 대표 브라이언 송
26년 10월. 보청기 정부지원금 논란이 시작 되었다. 박지원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 등을 토대로 한 한국일보의 10월 26일 보도로 논란이 본격화됐다. 복지부가 급여기준 재검토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어제 27일 국정감사에서는 공단의 급여 대상 보청기 공급원가 전수조사 방침이 나왔다.
나는 한 가지 질문으로 돌아간다.
이 제도는 보청기를 구입하게 하는 데서 끝나는가.
아니면 난청인이 실제로 더 잘 듣고, 대화를 이어가며, 일상에 참여하도록 돕는가.
2026년 10월 한국일보의 연속 보도는 보청기의 수입·공급가격과 판매가격 사이의 간극, 지원 기준액의 산정 근거, 장애진단의 특정 의료기관 집중을 문제 삼았다. 이어 10월 27일 국정감사에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급여 대상 보청기 206종의 공급원가를 조사해 가격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1–4]
공적 재원의 쓰임을 따지는 일은 필요하다. 보청기 업계도 예외일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재검토가 제대로 된 개편으로 이어지려면, 가격의 차액과 함께 그 돈으로 무엇을 제공했고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까지 물어야 한다. 나는 청각학이라는 학문을 전공하고, 보청기를 판매하고 청각재활을 제공하는 사업자다. 따라서 이 논의의 이해관계자이기도 하다. 바로 그 이유로 업계의 책임과 제도의 책임을 함께 이야기하고자 한다.
34만 원에서 131만 원으로, 지원 확대에는 이유가 있었다
2015년 11월 보청기 급여기준액은 34만 원에서 131만 원으로 인상됐다. 오랫동안 유지된 기준액을 현실화하고 청각장애인의 구매 부담을 줄이려는 조치였다. 복지부는 이번 설명자료에서 2013년 「장애인 보장구 적정 가격 산정방법에 관한 연구」를 인상의 근거로 제시했다.[5,6] 지원 확대의 취지 자체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 낮은 지원액으로 필요한 보청기를 구입하기 어려웠던 사람에게는 의미 있는 변화였을 것이다. 문제는 지원 확대 이후 가격과 서비스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다. 복지부는 2020년 제도 개선 당시 일부 판매업소의 저성능 제품 고가 판매, 유인·알선, 사후관리 미제공 등의 부작용을 도입 배경으로 설명했다. 그해 7월 적합관리 비용 분리지급이 시작됐고, 9월 제품별 가격고시제가 시행됐다.[7,8] 따라서 지금 돌아볼 것은 지원금을 올린 결정 하나가 아니다. 지원 확대와 그 부작용을 바로잡겠다던 후속 제도가 실제로 목적을 달성했는가다.
정부가 정한 가격이라면, 산정과 검증의 책임도 따라야 한다
급여 보청기는 제조·수입업체의 신청, 공단의 급여평가와 성능평가, 가격협상, 복지부 고시라는 절차를 거쳐 공급된다. 공단은 2022년 공식 웹진에서 표준성능평가표 개발과 최신·고사양 제품 등록 확대를 제도 성과로 소개하기도 했다.[7–9]
이는 급여제품의 가격을 개별 판매점이 일방적으로 정한 것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동시에 정부 고시를 거쳤다는 사실이 모든 가격과 거래 관행의 적정성을 보증하는 것도 아니다. 공단과 제조사는 어떤 성능을 어떤 가격으로 평가했는지, 등록 후 실제 거래가격과 공급조건의 변화를 어떻게 반영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판매업소 역시 자신이 제공한 서비스와 비용을 제시해야 한다. 공적 가격체계를 함께 운영해 왔다면, 검증의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
수입가격과 판매가격의 차이는 곧 순이익인가
이번 보도에서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은 낮은 수입가격에 비해 훨씬 높은 판매가격이었다.[1] 그 차이를 조사하는 일은 타당하다. 다만 수입가격, 대리점 공급가격, 소비자 판매가격, 판매업소의 순이익은 서로 다른 수치다. 제품을 들여오는 가격과 한 사람에게 맞춰 제공하는 전체 비용을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상담, 제품 선택, 착용 조절, 효과 확인, 적응 지원, 수리 대응에는 인력과 시설, 시간이 든다. 이러한 비용을 제외한 차액을 전부 순이익으로 읽으면 서비스가 사라진 계산이 된다.
그렇다고 ‘보청기는 관리가 중요하다’는 말만으로 가격을 정당화할 수도 없다. 실제로 어떤 서비스를 몇 차례 제공했고, 얼마나 많은 인력과 시간이 들었으며, 착용 결과가 어땠는지를 업계가 설명해야 한다. 적정한 서비스 대가를 인정받으려면 서비스의 실체부터 보여줘야 한다. 제조사에도 같은 질문이 돌아간다. 공급가격은 일회성 판촉 조건인가, 지속적인 공급조건인가. 수입가격에는 무엇이 포함되고 무엇이 빠져 있는가. 소비자에게 안내하는 가격에는 어떤 서비스가 포함되는가. 가격을 둘러싼 혼란을 해소할 자료는 업계 안에 있다.
최고급 제품의 가격을 낮춘 제도는 왜 업계에 대한 불신으로 돌아왔는가
최고급 보청기로 소개되던 제품이 급여 대상으로 등록돼 훨씬 낮은 고시가격으로 판매된다면, 소비자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700만 원이라던 보청기가 이 가격에도 팔린다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남겼다는 것인가.”
소비자가 이런 의문을 갖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그 의문이 곧바로 제조사와 판매자의 과도한 마진에 대한 확신으로 이어진다면, 그 가격 차이를 만들어낸 제도의 역할도 함께 따져야 한다. 급여시장에 참여하려는 제조사는 공단의 평가와 가격협상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급여시장 진입을 위해 받아들여야 하는 가격조건이 제조사에 얼마나 큰 압력으로 작용했는가. 그렇게 결정된 가격이 기존 일반시장의 제품가격과 충돌할 가능성을 공단과 제조사는 충분히 고려했는가.
내가 지적하는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최고급 제품을 급여체계 안으로 편입하면서 일반시장에서 설명해 온 제품의 가치와 크게 다른 가격을 부여하면, 소비자에게는 같은 제품이 두 개의 전혀 다른 가치를 가진 것처럼 보인다. 급여시장에 공급하기 위해 형성된 가격이 어느새 그 제품의 ‘진짜 가격’으로 받아들여지고, 기존 가격은 과도한 이윤을 붙인 결과로 의심받게 되는 것이다.
공단과의 협상을 거쳐 만들어진 가격이 오히려 제조사와 판매자를 불신하게 하는 기준으로 돌아온 것은 아닌가.
이번 논란에서 반드시 물어야 할 질문이다.
좋은 제품을 청각장애인에게 부담 없이 제공하자는 취지는 옳다. 그러나 그 목적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일반시장의 가격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면, 이를 개별 판매자의 설명 부족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공적 지원을 위한 가격과 일반 소비자가 이해하는 제품가격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제도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주체도 설명할 책임이 있다. 해외의 사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일반시장에서 최고급으로 판매되는 동일 모델을 공적 지원체계에 어떤 가격과 조건으로 편입하며, 그 가격이 일반시장에 공개됐을 때 발생하는 충돌을 어떻게 다루는가. 한국과 같은 구조가 실제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사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부지원용으로 도입한 제품이 '일반시장의 거래 기준' 이 됐다 - 정부가 개입되면서 발생한 가장 큰 패착!
제품별 가격고시제가 보청기 시장에 가져온 변화는 청각장애인에게 공급되는 제품과 가격에만 머물지 않았다. 급여 대상으로 등록된 제품이 장애등록과 관계없이 일반 고객에게도 판매되면서, 그 영향은 일반시장 전체로 번졌다.
제조사는 급여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제품과 공급조건을 마련했다. 판매점 입장에서는 공급가격이 낮고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쉬운 급여모델을 일반 고객에게도 권할 경제적 유인이 생겼다. 같은 제조사의 제품을 취급하면서 더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는 모델이 있다면, 판매자가 이를 선택하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문제는 청각장애인의 구매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마련한 가격체계가 일반시장의 거래구조까지 바꾸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급여 대상자의 지원 자격과 제품의 일반 판매는 구분돼 있었지만, 두 시장 사이에서 발생할 가격과 수요의 이동을 제도 설계와 제조사의 공급정책이 충분히 고려했는지는 되물어야 한다.
내가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분명하다. 과거 일반모델 중심으로 이뤄지던 거래가 점차 급여모델 중심으로 이동했다. 여기에는 실제 청각장애인이 지원받아 구입한 제품뿐 아니라, 일반 고객이 자비로 구입한 급여모델도 포함된다. 급여모델이 많이 팔렸다는 사실을 정부지원의 수혜자가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이유다.
그렇다면 이 변화로 무엇이 달라졌는가.
내가 문제 삼는 것은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는 체감 없이, 기존 시장에서 거래되는 제품이 상대적으로 공급가격이 낮은 급여모델로 대체돼 왔다는 점이다. 이러한 대체가 누적되면 제조사는 기존 일반제품의 매출을 잠식당하고, 판매점은 낮아진 가격을 기준으로 경쟁하면서 상담과 적합관리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압박을 받는다.
저렴하고 적합한 제품을 일반 고객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은 소비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가격상의 이익이 충분한 적합관리와 지속적인 사용으로 이어졌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제품가격은 낮아졌지만 서비스를 제공할 기반까지 약해진다면, 그 부담은 결국 착용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
‘조금 더 나빠지면 지원받겠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현장에서 마음에 남는 것은 지원 자격을 얻을 때까지 구매를 미루겠다는 반응들이 여전히 줄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도 대화에 어려움이 있지만, 장애등록 기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이유로 보청기 착용을 뒤로 미루는 경우다. 이 경험만으로 전국적인 구매 지연의 규모나 원인을 확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책이 확인해야 할 질문임은 분명하다. 지원 자격의 경계가 조기 재활을 돕는지, 오히려 기다릴 경제적 이유를 만드는지 조사해야 한다.
지원 주기에 맞춰 한쪽을 교체하는 선택도 마찬가지다. 개인에게는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그렇지만 재활의 관점에서는 반대쪽 청력, 양측 착용의 필요성, 실제 대화 능력까지 함께 평가해야 한다. 정책의 목표를 지급 건수에만 두면 이런 질문은 뒤로 밀린다. 처음 착용하기까지 걸린 시간, 장기 사용 여부, 필요한 사람의 양측 착용, 일상 대화의 변화를 함께 살펴야 한다.
사후관리비는 ‘방문하지 않으면 남는 돈’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
현재 131만 원의 기준액은 제품 91만 원, 초기 적합관리 20만 원, 후기 적합관리 총 20만 원으로 구성된다. 초기 적합관리비는 제품 구매 후 검수확인에 따라 제품급여와 함께 지급되며, 후기 비용은 구매 1년 이후 실제 적합관리서비스 제공을 전제로 연 5만 원씩 최대 네 차례 지급되는 구조다.[7,10] 따라서 고객이 방문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초기·후기 관리비가 모두 똑같이 지급된다고 설명해서는 안 된다. 초기 지급의 검증 문제와 후기 서비스의 실제 수행·청구 문제를 나눠 봐야 한다.
반대로 고객이 오지 않았으니 판매업소의 책임이 없다는 주장도 충분하지 않다. 잘 사용하고 있어 방문 필요가 없었는지, 불편해서 포기했는지, 거동이나 이동 문제로 방문하지 못했는지 알아야 한다. 미방문은 서비스가 불필요했다는 증거도, 서비스가 제공됐다는 증거도 아니다. 허위 청구는 가려내야 한다. 동시에 필요한 사람이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이유도 해결해야 한다. 예약 안내와 연락, 사용 상태 확인, 방문 지원 등 실제 접근을 돕는 활동과 적합관리 수행을 각각 기록하고, 어떤 항목에 얼마를 지급할지 명확히 설계할 필요가 있다. 원격관리 등 새로운 방식은 임상적 적절성과 개인정보 보호, 별도의 지급기준을 검토해 도입할 사안이다.
장애진단 집중은 조사해야 한다. 숫자만으로 유착을 확정할 수는 없다
한국일보는 2025년 청각장애 진단서 3만7,227건 가운데 상위 다섯 의료기관이 5,011건, 13.5%를 발급했다고 보도했다. 자료의 제출 기관은 국민연금공단이다.[3]
집중의 원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다만 진단 건수가 많다는 사실만으로 부정 진단이나 금전적 유착이 증명되지는 않는다. 진료권역과 의뢰 구조, 검사 역량, 진단 적정성, 특정 판매업소와의 경제적 관계를 함께 조사해야 한다.
진단 건수를 일률적으로 제한하거나 대학병원으로만 창구를 좁히면 정상적인 환자의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의심되는 거래와 검사에 대한 정밀한 검증이다. 기관별 특성을 고려한 이상 징후 분석, 독립 재검사, 이해관계 공개, 환자의 판매업소 선택권 보호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의료기관과 판매업소의 협력은 난청인의 편의를 높일 수 있다. 그 협력이 부당한 경제적 이익이나 구매 강요로 이어지는지는 별도의 증거로 확인해야 한다. 진단과 판매 사이에 신뢰할 수 있는 경계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외국의 사례에서 배울 것은 지원의 유무보다 '설계'와 '검증'이다
영국 NHS는 지금도 보청기를 무상으로 장기 대여하고 사후관리와 수리를 제공한다. 다만 제공 형태와 선택 범위에 제한이 있고, 민간 진료보다 대기가 길 수 있다고 안내한다.[11]
호주는 자격을 갖춘 대상자에게 전액 지원 제품과 본인이 차액을 부담하는 부분 지원 제품을 제공한다. 판매자는 전액 지원 선택지를 제시해야 한다. 프랑스는 가격상한이 적용되는 Class I과 자유가격의 Class II를 구분한다. 성인 Class I의 가격상한은 귀당 950유로이며, ‘100% Santé’의 무본인부담은 공적 보험과 요건을 갖춘 보충보험의 결합으로 실현된다.[12–14]
이 사례들은 시장에서 공급되는 보청기를 공적 지원체계 안에서 제공하는 일이 한국만의 예외는 아님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의 특정 프리미엄 제품과 완전히 같은 모델이 해외에서도 같은 수준으로 할인·지원되는지는 별도의 모델별 비교가 필요하다.
성과와 문제도 함께 봐야 한다. 프랑스 정부 통계는 2021년 개편의 전면 시행기에 보청기 이용 확대를 보여주지만, 이후 Class I 소비는 감소한 해도 있었다. 호주의 2025년 이용자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2%가 지원에 만족했다고 답했으나, 응답률은 16%여서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 호주 경쟁당국은 과거 판매수수료와 인센티브가 필요 이상의 고가 제품 권유로 이어질 위험도 지적했다.[15–17] 어느 나라를 성공이나 실패로 단정하기보다, 필요한 사람의 접근성·선택권·지속 사용을 어떻게 높이고 판매 유인을 어떻게 통제했는지 배워야 한다.
제품마다 가격을 정하는 대신, '필요한 사람의 구매를 지원'하자
나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보청기 지원제도를 더 단순하게 바꿨으면 한다. 청각장애인이 자신의 청력과 생활환경, 경제적 사정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고, 정해진 한도 안에서 구매비를 지원받는 방식이다. 정부가 지원 대상자의 자격과 지원금액을 정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개별 제품의 가격과 목록까지 관리하는 지금의 방식이 그만큼 필요한지는 돌아봐야 한다. 실제 현장에서 청각장애인의 니즈를 반영할 수 없게 한 설득력이 없는 행정의 결과일 뿐이다.
정부와 공단은 제품을 평가하고 가격을 협의하며 목록을 관리한다. 제조사는 등록과 가격협상에 대응하고, 변경된 제품과 공급조건을 안내하기 위해 자료를 제작하고 전국의 보청기 판매점에 배포한다. 판매점은 바뀐 목록과 조건을 익히고 고객에게 다시 설명해야 한다. 제품이 추가되거나 교체되고 가격과 기준이 달라질 때마다 이 과정이 반복된다. 대체 이짓거리를 왜 매년마다 하고 있는가!
이렇게 투입되는 인력과 시간, 비용에 비해 고객이 얻는 이익은 충분한가.
정부로서는 재정을 적정하게 집행하고, 제조사로서는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판매점으로서는 고객에게 적합한 제품을 제공하면 된다. 그런데 현재는 이 세 주체가 제품별 가격과 목록에 대응하는 데 상당한 에너지를 쓰고 있다. 지원제도를 운영하기 위한 절차가 현장의 일을 지나치게 늘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고객의 선택에서도 문제가 생긴다. 현장에서는 원하는 제품이나 형태가 급여 목록에 없어, 지원을 받기 위해 원하지 않는 다른 제품을 불가피 하게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목록에 들어 있는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의 생활과 사용 조건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원하는 선택을 포기하고 구입한 보청기가 결국 사용되지 않는다면, 가격을 관리해 아낀 금액보다 더 큰 낭비가 발생할 수 있다.
고객이 필요한 제품을 선택하고 지원 한도를 넘는 금액은 자신의 사정에 따라 부담할 수 있다면, 이런 불편을 줄일 수 있다. 제조사도 급여시장에 맞춘 별도의 제품 구성과 가격 대응에 들이는 부담을 덜고, 판매점도 고객에게 적합한 제품을 중심으로 상담할 수 있다.
사후관리비도 현실을 돌아봐야 한다. 현재 후기 적합관리 기준액은 한 사람당 연 5만 원이다. 현장에서 고객에게 연락하고, 방문을 조율하고,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조절을 제공하는 일은 이 금액 하나를 받기 위해 움직이는 업무가 아니다. 판매점이 고객과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수행해야 하는 일이다.
연 5만 원을 별도로 지급하고 청구하게 하는 방식이 실제로 관리를 얼마나 더 충실하게 만드는가. 그 효과에 비해 고객과 판매점이 감당하는 절차는 적절한가.
사후관리가 중요하다는 사실과 현재의 분리 청구 방식이 효과적이라는 주장은 구분해야 한다. 필요한 관리의 범위와 판매자의 책임을 구매계약에 명확히 하되, 소액의 비용을 받기 위해 별도 절차를 반복해야 하는 구조는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 물론 공적 재원은 금액이 작더라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연간 지원액의 크기만이 아니라, 그 돈을 집행하기 위해 정부·제조사·판매점·고객이 부담하는 비용도 함께 계산해야 한다. 절차가 복잡하다는 이유만으로 제도가 정교한 것은 아니다.
내가 제안하는 방향은 간단하다.
지원 자격과 지원 한도는 정부가 정하되, 제품 선택은 고객의 필요와 전문가의 상담에 맡기자는 것이다. 적법하게 유통되는 보청기 가운데 필요한 제품을 구입하고, 실제 구매금액을 기준으로 정해진 한도까지 지원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거래 증빙과 부정수급 점검은 유지하면 된다. 이 방식이 모든 문제를 없애지는 못한다. 하지만 제품별 고시가격을 둘러싼 충돌, 목록에 따른 선택 제한, 변경 때마다 반복되는 행정과 현장 대응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번 재검토의 목표가 지원금을 제대로 쓰는 데 있다면, 지원액을 줄이는 것에 앞서 같은 돈을 더 간단하고 유용하게 전달하는 방법부터 검토했으면 한다. 지원을 받는 사람이 제품 목록에 자신을 맞추게 하기보다, 자신의 사정에 맞는 보청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말이다.
지원 대상자를 위한 공급조건이 '일반시장'까지 흔들어서는 안 된다
제도를 간소화하면서 반드시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청각장애인 지원을 위해 마련된 제품과 공급조건이 일반시장에까지 확산되는 현상이다. 급여 대상자를 위해 공급가격을 낮춘 제품이 일반 고객에게도 판매되면, 그 영향은 지원 대상자의 구매 부담을 줄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기존 일반제품을 대체하고, 일반시장의 가격과 거래구조까지 바꾸게 된다.
지원 대상자를 위한 가격정책이 전체 시장의 가격을 좌우하는 구조를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내가 제안하는 구매비 지원 방식에서는 별도의 정부지원 전용 모델을 지정하기보다, 고객이 필요한 제품을 선택하고 자격에 따라 지원받도록 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급여모델과 일반모델을 나누고, 그 사이의 공급가격 차이 때문에 판매가 이동하는 문제도 줄일 수 있다.
만약 지원 대상자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별도의 특별 공급조건을 유지한다면, 그 조건은 대상자의 실제 구매에만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 제품을 판매점에 저렴하게 일괄 공급한 뒤 구매자가 누구인지와 관계없이 판매하게 둘 것이 아니라, 지원 자격이 확인된 거래에 한해 할인이나 차액을 정산하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 취소·반품 때에는 해당 정산도 함께 취소되도록 하면 된다.
핵심은 같은 제품을 일반인이 구매하지 못하게 하는 데 있지 않다. 지원 대상자를 위해 마련한 특별한 가격조건이 일반 판매에까지 적용되는 일을 막는 데 있다. 구매비 지원의 간소화와 공급조건의 구분을 함께 추진해야, 고객의 선택권을 지키면서도 지금과 같은 시장 혼선을 줄일 수 있다.
이 제도의 마지막 평가자는 착용자여야 한다
이번 문제를 제기한 언론과 국회에 요청한다. 가격과 재정의 검증을 끝까지 해주시기 바란다. 그 과정에서 실제 서비스의 비용과 성과도 함께 확인해주시기 바란다.
공단과 복지부에는 묻는다. 적정가격과 사후관리를 약속했던 제도의 성과를 어떤 자료로 평가해 왔는가. 제조사와 판매업소에는 말하고 싶다. 가격의 투명성과 서비스의 증명이 없다면 우리의 전문성을 사회가 신뢰하기 어렵다. 의료계에는 진단의 독립성과 환자의 선택권을 함께 지켜주시길 요청한다.
무엇보다 착용자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제품을 왜 선택했고, 어떤 관리를 받을 수 있으며, 사용 후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보청기 정부지원금은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그 답은 공단의 지급 실적이나 업계의 판매 실적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지원받은 사람이 보청기를 계속 사용하며 자신의 대화를 되찾았는지, 우리는 그 결과로 답해야 한다.
출처
1. 한국일보, 2026.10.26, 「원가 14만원 보청기, 팔 땐 132만원… 9배 뻥튀기의 비밀」. https://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101915020004485
2. 한국일보, 2026.10.27, 「보청기 지원 131만원, 산정부터 부실… 13년 전 판매가 보고 정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102211250005447
3. 한국일보, 2026.10.27, 「청각 장애 진단 8건 중 1건, 5개 병원 발급… ‘보청기 뒷거래’ 있었나」. https://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102612280005121
4. 한국일보, 2026.10.27 21:31, 「건보공단 이사장 ‘건보 지원 보청기 206종, 공급가 재조사’」. https://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102721260002323
5. 보건복지부, 2026.10.26, 한국일보 보도 설명자료. 기준액 근거, 제품·관리 구성, 원가 산정 설명, 재검토 및 11~12월 현장조사 계획. https://m.korea.kr/briefing/actuallyView.do?newsId=148974319
6. 복지로, 2015.11.12, 연합뉴스 제공 복지뉴스. 당시 부담 완화·기준액 현실화 취지. https://www.bokjiro.go.kr/ssis-tbu/cms/pc/news/news/6344701.html
7. 보건복지부, 2020.6.30, 「7월부터 장애인보청기 건강보험 급여제도 개선된다」. https://www.mohw.go.kr/upload/140/202006/1593421288651_20200629180128.pdf
8. 국민건강보험공단 공식 블로그, 2020.9.22, 「9월부터 시행되는 보청기 제품별 가격고시제」. https://nhicblog.tistory.com/3603
9. 국민건강보험공단 웹진, 2022.4, 「출동 건이강이」. 2021년 표준성능평가표 도입 및 고사양 등록 관련 공단의 설명. https://www.nhis.or.kr/static/alim/paper/oldpaper/202204/sub/18.html
10. 국가법령정보센터, 「장애인보조기기 보험급여 기준 등 세부사항」 2020년 연혁. 초기·후기 적합관리 정의와 청구. https://www.law.go.kr/LSW/admRulLsInfoP.do?admRulSeq=2100000187770
11. NHS, Hearing aids and implants. 무상 장기대여·사후관리·수리, 선택 범위와 대기 안내. https://www.nhs.uk/tests-and-treatments/hearing-aids-and-implants/
12. Australian Department of Health, Hearing devices available under the Hearing Services Program. 전액·부분 지원, 기본 선택지 제시와 비용 안내. https://www.health.gov.au/our-work/hearing-services-program/accessing/devices-available?language=en
13. Assurance Maladie, Aides auditives : quelle prise en charge ? Class I/II, 성인 가격상한과 보험요건. https://www.ameli.fr/assure/remboursements/rembourse/soins-protheses-dentaires-optique-audition/protheses-auditives
14. 프랑스 보건부, La réforme « 100% Santé » audiologie. Class I 제시 의무와 단계별 가격상한. https://sante.gouv.fr/systeme-de-sante/100pourcent-sante/espace-professionnels/les-nouvelles-mesures-audiologie/article/la-reforme-100-sante-audiologie
15. DREES, Les dépenses de santé en 2024, Édition 2025, 17장. 2021년 확대와 이후 지출 변화. 지출과 실제 착용 지속 성과는 구분. https://drees.solidarites-sante.gouv.fr/sites/default/files/2025-12/Les%20d%C3%A9penses%20de%20sant%C3%A9%20en%202024_v17%20complet_1.pdf
16. Australian Department of Health, Hearing Services Program Client Outcomes Survey, Pilot 2025, 2026.4 발행. 응답 1,259명, 응답률 16%, 만족 82%. https://www.health.gov.au/sites/default/files/2026-04/hearing-services-program-survey-findings.pdf
17. ACCC, 2017, Issues around the sale of hearing aids – Consumer and clinician perspectives. 판매 인센티브 및 취약소비자 문제. https://www.accc.gov.au/system/files/Issues%20around%20the%20sale%20of%20hearing%20aids%20-%20Consumer%20and%20clinical%20perspectives.pdf
18. Lin et al., 2023, ACHIEVE 무작위 임상시험, The Lancet. 전체 분석과 사전 지정 하위집단 분석을 구분.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10529382/
19. 인천광역시 보조기기센터, 2015년 급여확대 안내. 시행일 교차 확인용. https://www.icatc.or.kr/bbs/board.php?bo_table=notice&page=17&wr_id=123
20.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Law, 「장애인 보청기 급여제품 및 결정가격 고시」 제2026-86호, 2026.4.16. 제품군별 합계 206개. https://www.nhis.or.kr/lm/lmxsrv/law/lawFullContent.do?SEQ=1619&SEQ_HISTORY=
21. 국가법령정보센터, 제2026-86호 제·개정이유. 제품 신설·삭제·가격변경 확인. https://www.law.go.kr/admRulInfoP.do?admRulSeq=2100000277994&chrClsCd=010202&urlMode=admRulRvsInfoR
22.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Law, 2020년 「장애인보조기기 보험급여 기준 등 세부사항」 제6·8·9·10의2·12의2조. 도입 당시 신청·평가·고시 절차 확인. https://www.nhis.or.kr/lm/lmxsrv/law/lawFullContent.do?SEQ=87&SEQ_HISTORY=18134
23. 국가법령정보센터, 2016년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별표 7. 가격고시 이전에도 보청기 등록제품 요건 존재. https://www.law.go.kr/flDownload.do?flSeq=307906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