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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송 인사이트] 양쪽 보청기 300만 원은 망설이는데…치매 관리비는 연간 수천만 원 - 치매 돌봄부담까지 생각해야 할 부모님 청력관리

브라이언송 2026. 10. 8. 15:00

 

 

[칼럼] 양쪽 보청기 300만 원은 망설이는데…치매 관리비는 연간 수천만 원

브라이언송 | 웨이브히어링 대표

 

부모님의 보청기 구입을 고민하는 50~60대 자녀들에게 가격은 현실적인 문제다. 양쪽 보청기에 300만 원이 든다고 가정하면,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마음을 이해한다. 하지만 상담 현장에서 듣게 되는 “조금 더 있다가 해드리면 안 될까요?”라는 질문에는 한 가지를 되묻고 싶다.

그렇게 기다리는 동안, 부모님이 잘 듣지 못하고 지내는 시간은 어떻게 할 것인가.

 

 

보청기 가격표에는 ‘놓치는 대화’의 비용이 없다

청력이 떨어지면 가족의 말을 되묻게 되고,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대화에서 내용을 놓치기 쉽다. 식사 자리에서 말수가 줄어든 부모님을 보며 우리는 나이가 들어 조용해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대화에 참여하고 싶어도 잘 들리지 않아 물러나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보청기 가격표에는 제품과 서비스의 비용이 적혀 있다. 반면 청력 관리를 미루는 동안 놓치는 대화와 일상의 불편은 숫자로 표시되지 않는다. 당장의 지출만으로 청력 관리의 가치를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여기에 인지 건강과 장기적인 돌봄 부담도 함께 생각할 필요가 있다.

 

치매 관리비, 연간 1,734만~3,138만 원

보건복지부가 2025년 발표한 ‘2023년 치매역학조사 및 실태조사’에 따르면,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관리비용은 지역사회 거주자 1,733만 9천 원, 시설·병원 거주자 3,138만 2천 원으로 조사됐다. 치매 관리에 매년 상당한 자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수치다.

물론 이 통계는 의료와 돌봄 등을 포함한 관리비용이다. 가족이 직접 내는 병원비나 요양원 청구액과 같지는 않다. 양쪽 보청기 구입비 300만 원 역시 비교를 위한 예시이며, 전국 평균 가격을 뜻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두 비용을 함께 바라보는 이유는 분명하다. 부모님의 건강을 위한 결정을 내릴 때, 지금 지출할 금액뿐 아니라 앞으로 이어질 생활과 돌봄까지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여기서 “보청기를 사면 치매를 막고 수천만 원을 아낄 수 있다”는 결론으로 건너뛰어서는 안 된다. 보청기 구입비는 초기 지출이고 치매 관리비는 연간 비용이며, 보청기에도 유지·관리와 교체 비용이 발생한다. 두 금액의 차이를 보청기 착용에 따른 절감액으로 계산할 근거는 없다. 

 

 

청력 중재와 인지 건강, 연구가 보여준 가능성

국제학술지 ‘란셋’에 발표된 ACHIEVE 연구는 난청이 있는 70~84세 성인 977명을 대상으로 보청기와 청각 재활 상담 등을 포함한 중재 효과를 3년간 평가했다. 전체 참여자에서는 인지기능 저하의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인지 저하 위험이 높은 기존 코호트에서는 청력 중재군의 인지기능 저하 폭이 대조군보다 약 48% 작았다.

이는 치매 발생률이 48% 감소했다는 뜻이 아니다. 일부 고위험 노인에게 적절한 청력 중재가 인지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될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다. 나는 이 연구가 보청기 상담에서 던져야 할 질문을 넓혀준다고 생각한다. “얼마짜리 제품을 선택할 것인가”와 함께 “필요한 청력 관리를 언제 시작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가격과 함께 ‘청력 관리를 시작할 시기’도 살펴야

검사와 상담을 통해 양쪽 보청기 착용이 적절하다고 판단됐다면, 부모님의 청력과 말소리 이해도, 생활환경에 맞는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구입 이후의 조절과 착용 적응 상담, 지속적인 점검도 중요하다. 보청기를 사드리는 것과 부모님이 실제로 잘 활용하도록 돕는 것은 함께 가야 할 일이다.

자녀가 고민해야 할 것은 가장 비싼 보청기를 사드릴지 여부가 아니다. 감당할 수 있는 예산 안에서 필요한 청력 관리를 시작하고, 꾸준히 사용할 수 있도록 도울 방법이다. 치매는 여러 요인이 관여하는 질환이다. 청력 관리를 했다고 반드시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치매가 생겼다고 과거의 보청기 구입 결정을 탓할 수도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현재 확인된 청력 손실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다.

 

부모님이 오늘 잘 듣고 대화하는 시간의 가치

양쪽 보청기 300만 원을 고민할 때, 부모님이 오늘 잘 듣고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의 가치도 함께 생각했으면 한다. 연간 수천만 원에 이르는 치매 관리비는 장기적인 건강과 돌봄의 무게를 보여준다. 그러나 청력 관리를 시작해야 할 가장 가까운 이유는 먼 미래에만 있지 않다. 오늘 가족과 나누는 대화,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상, 부모님이 직접 듣고 참여하는 생활에도 있다.

 

 

보청기 구입을 고민하는 순간에도 부모님의 하루는 흐른다.

가격을 살피는 만큼, 잘 들으며 살아갈 시간도 함께 살펴야 한다.

 

※ 양쪽 보청기 300만 원은 비교용 예시다. 실제 가격은 제품, 포함 서비스, 지원금 적용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진다.

 

자료 출처

  • 보건복지부, 「2023년 치매역학조사 및 실태조사 결과」, 2025년 발표.
  • Lin FR 외, ACHIEVE 무작위 대조시험, The Lancet, 2023. DOI: 10.1016/S0140-6736(23)01406-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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